뉴욕에서의 결혼식 날짜가 얼추 정해졌다면, 그다음으로 결정해야 할 것은 결혼식 장소일 것이다. 물론, 꿈에 그리던 웨딩 베뉴가 있는 사람들은 그 장소의 예약 가능 날짜에 맞춰 결혼식 날짜를 정하기도 한다. 뉴욕의 웨딩 베뉴는 가격과 스타일이 정말 천차만별이다. 결혼식장은 결혼식의 분위기를 좌우하고 예산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번 글에서는 나에게 꼭 맞는 결혼식 장소를 찾는 꿀팁과, 내가 결국 선택한 장소 및 그 이유까지 소개해보려 한다.
내가 원하는 결혼식의 분위기는 무엇인가?
장소를 찾기 전에, 내가 어떤 스타일의 결혼식을 원하는지 먼저 생각해보자. 아래는 몇 가지 예시이다.
- 실내 vs. 야외
- 격식 있는 vs. 캐주얼
- 스타일: 빈티지, 모던, 럭셔리, 미니멀 등
- 낮 예식 vs. 저녁 예식
원하는 요소들을 미리 정리하면 후보를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
나 같은 경우에는 비교적 저렴한 비수기에 결혼식을 하기로 했기 때문에, 추운 날씨로 인해 야외 예식은 포기했다. 모던하고 깔끔한 분위기보다는 따뜻하고 아늑한 느낌을 주는 우드톤의 장소를 원했고, 직접 꾸며야 할 요소를 최소화할 수 있는 곳, 그리고 낮 예식이 가능한 곳 위주로 찾아봤다. 또한, 나는 일을 최대한 줄이고 싶었기 때문에 음식, 테이블, 조명 등 모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베뉴 또는 레스토랑을 중심으로 알아봤다.
하객 수 파악하기
뉴욕이라는 도시 특성상 많은 커플이 가까운 가족과 친구만 초대하는 스몰 웨딩을 선택한다. 가격도 비싸고,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장소를 찾는 것도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뉴욕 시내를 벗어나 뉴저지나 롱아일랜드로 장소를 정하는 경우도 많다.
장소를 예약하려면 초대할 하객 수를 대략적으로라도 파악해야 한다.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인원 수에 따라 음식을 미리 준비하기 때문에, 예약 단계에서 하객 수를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 부부는 가족은 많지 않지만 초대하고 싶은 친구들과 지인들이 많았다. 둘이 앉아서 오실 수 있는 가족, 초대하고 싶은 분들, 그리고 초대해야만 하는 분들 리스트를 작성해보니 약 180명 정도였다. 뉴욕 기준으로는 매우 큰 숫자였다. 이 명단을 그룹별로 나누고, 꼭 초대해야 하는 사람들과 인사만으로도 괜찮은 사람들을 구분하여 최대 120명으로 정리했다. 이 과정이 정말 힘들었다. 내가 감히 사람의 우선순위를 나눠도 되는 건가 싶기도 했지만, 뉴욕에 오래 살았던 분들은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해주시기 때문에 대부분 서운해하지 않으셨다.
예산 설정하기
결혼식 장소에 어느 정도 예산을 쓸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소 외에도 꽃, 사진, DJ, 장식 등 돈이 들어갈 곳이 정말 많기 때문이다.
장소를 알아볼 때는 어떤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어떤 마음에 드는 장소를 찾았는데 하루 대관료가 $5,000밖에 안 한다고 좋아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말 그대로 ‘장소만’ 포함된 가격일 수 있다. 음식, 의자, 테이블, 식기, 와이파이, 조명 등 모든 것을 외부 업체를 통해 준비해야 한다면, 시간과 노력은 물론이고 예산도 훨씬 더 많이 들게 된다.
뉴욕에서의 장소 대관료는 위치, 시간, 크기 등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내가 쓸 수 있는 예산을 먼저 정해두고, 그보다 비싼 옵션은 과감히 제외하는 것도 필요하다. 막상 계획을 시작하면, 생각보다 돈 들어갈 일이 정말 많다는 걸 알게 될 것이다.
위치와 접근성
어떤 블로그 글에서 "결혼식에서 하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신랑 신부의 외모나 식장의 럭셔리함이 아니라, 주차장이 있는지와 위치가 얼마나 편한지"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실제로 결혼식을 다녀보니, 하객들이 오기 쉬운 장소를 선택하는 것이 꽤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다.
내 지인 중 한 명은 시내에서 꽤 떨어진 장소를 예약했는데, 차가 없는 하객들을 위해 맨해튼에서 출발하는 셔틀버스를 따로 준비했다. 대부분이 ‘뚜벅이’ 생활을 하는 뉴욕에서는 접근성이 정말 중요하다.
우리 역시 가족이 다른 주와 한국에서 오는 데다 친구와 지인들도 대부분 차가 없었기 때문에, 대중교통으로 이동 가능한 곳, 그리고 집에서 멀지 않은 곳을 위주로 알아봤다.
날짜와 가능 여부 확인
미국에서는 결혼 준비를 대부분 1년 전에 시작한다. 날짜를 미리 정하고, 베뉴 예약도 그에 맞춰 진행한다. 하지만 뉴욕에서 살아보니, 꼭 1년 전까지 준비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많다. 정말 인기가 많은 ‘핫한’ 장소를 꿈꾸지 않는다면 몇 달 전에도 예약 가능한 곳들이 충분히 있다.
나 역시 결혼식 약 5개월 전에 장소를 예약했고, 내 지인 중에는 2달 전에 예약한 경우도 있었다.
미국에서 결혼식장 찾는 방법
그래, 어떤 걸 고려해야 하는지는 알겠는데, 정작 베뉴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는 막막할 수도 있다. 그럴 때 도움이 되는 웹사이트들이 있다.
대표적인 사이트는 다음과 같다:
- The Knot – 스타일별 필터링, 리뷰 제공
- Zola – 사진, 후기, 가격 정보
- WeddingWire – 사진, 후기, 가격 정보
- Peerspace – 루프탑, 갤러리 등 이색 공간 많음
- Here Comes the Guide – 가격 정보와 조건을 명확하게 확인 가능
나는 개인적으로 WeddingWire가 보기 쉬워서 사용했다. 원하는 도시의 베뉴들을 검색하고, 내가 원하는 조건(예: 실내/실외, 인원 수, 가격대 등)으로 필터링해서 찾을 수 있다는 점이 편리했다. 어떤 베뉴는 기본 가격이 명시되어 있고, 케이터링 메뉴도 확인할 수 있다. 또, 플랫폼에서 바로 베뉴에 연락을 해 상세한 가격이나 조건을 문의할 수도 있다.
내내가 느낀 가장 큰 단점은, 같은 베뉴에 두 번 이상 문의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일부 베뉴는 답장이 매우 늦거나 아예 없기도 했다.
미국 결혼식장 문의하는 법
후보를 몇 개 추렸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문의를 해야 한다.
이때 기본적으로 다음 사항들을 전달하는 것이 좋다:
- 원하는 날짜와 시간 (혹은 후보일)
- 대략적인 하객 수
- 특별한 요청사항 (예: 낮 예식, 야외 공간 포함 여부 등)
그리고 꼭 확인해야 할 중요한 질문들은 다음과 같다:
- 대여료와 식대 최소 비용(Minimum)은 얼마인지
- 서비스 요금(Service fee), 세금, 청소비 등 추가 비용은 있는지
- 데코레이션, 음악 등에 제한은 없는지
- 사운드 시스템은 어떤지
- 신랑·신부가 준비할 수 있는 Get-Ready Room이 있는지
또한, 어떤 장소는 Preferred Vendors라 하여 자신들이 선호하는 업체(케이터링, 포토그래퍼, DJ 등)를 제안하거나, 그들과만 계약을 허용하기도 한다. 이런 점도 꼼꼼히 확인하고 고려해야 한다.
보너스 팁: Reddit 활용하기
웹사이트를 통해 원하는 장소를 찾기 어렵다면, 베뉴 측에 직접 문의하는 방법도 좋다. 대부분의 웹사이트에는 문의(Inquiry)할 수 있는 이메일이나 연락처가 나와 있고, 경험상 직접 연락했을 때 답변이 더 빠르게 오는 경우가 많았다.
나 역시 처음에는 WeddingWire를 통해 문의했지만, 예산이나 스타일에 맞는 장소를 찾기 어려워져서 Reddit의 NYC 결혼 관련 커뮤니티를 활용했다.
Reddit은 네이버 지식인처럼, 질문을 올리면 사람들이 댓글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해주는 커뮤니티 웹사이트다.
예를 들어, "nyc wedding venue under $10k"와 같은 식으로 검색하면 관련된 질문과 답변, 후기, 추천 장소 등을 많이 찾을 수 있다.
Reddit에서는 실제로 가본 후기, 예상 비용, 장단점 등을 매우 솔직하게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서 큰 도움이 되었다. WeddingWire나 Zola에서는 보지 못했던 소규모 식당이나 이색 공간들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찾은 장소들은 공식 웹사이트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시 확인하고, 직접 문의해서 예약 조건을 물어보면 된다.
여기까지 나에게 맞는 결혼식장을 찾기 위해 어떤 점들을 고려해야 하는지 정리해봤다. 사실 처음에는 막막했지만, 하나씩 생각을 정리해보면 원하는 스타일과 조건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할 것이다.
나는 내가 어떤 결혼식을 하고 싶은지 명확히 한 다음, 하객 수와 예산을 기준으로 우선순위를 정하고, 웹사이트나 커뮤니티를 통해 후보지를 찾았다. 그리고 이렇게 찾은 장소들은 공식 웹사이트나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시 확인하고, 직접 문의해서 예약 조건을 물어보면 된다. 답장이 느리거나 정보가 부족한 곳도 있지만, 하나하나 연락하면서 비교해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변수도 생기고, 처음에는 좋다고 생각했던 장소가 나랑 잘 안 맞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도 직접 발품(?) 팔아서 얻은 정보들은 확실히 도움이 되었고,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여기가 내 결혼식장이면 좋겠다’ 싶은 곳이 분명 생긴다.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고민 끝에 내가 실제로 선택하게 된 결혼식 장소와, 그 장소로 결정한 이유들을 자세히 적어보려고 한다. 나처럼 뉴욕에서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누군가에게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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